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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함은 장식인가? '신의 비즈니스'에 빠진 가톨릭 교회

꼬미미팍 2025. 6. 2. 17:45

가톨릭 교회, '신앙 공동체' 넘어 '거대 경제 운영체'로 기능... 상업화 논란 가열

바티칸, 관광·자산 의존 재정 구조... 기념품 판매·행사 유료화 등 비판 직면

가톨릭 교회의 본산인 바티칸이 신앙 활동과 더불어 거대한 경제 운영체로서 기능하며 상업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바티칸 시국의 재정 구조가 관광 및 자산 운용에 크게 의존하고, 종교 상품의 판매와 신자 대상 행사의 유료화가 두드러지면서 '신성함의 상업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관광 산업에 크게 의존하는 바티칸 재정

바티칸 시국은 자체 산업 기반이 미미하여 재정 상당 부분을 관광과 자산 운용에 의존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입원인 바티칸 박물관은 매년 수백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며 상당한 수익을 창출한다. 2019년에는 약 700만 명의 관광객으로 미화 1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익을 기록했으며, 이 수입은 운영비를 제외하고도 교황청 살림에 큰 보탬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관광객 감소로 바티칸 수입이 급감하며 재정 비상이 걸렸던 사례는 교황청 재원이 관광 상업활동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바티칸 시국 정부는 박물관 입장료, 시스티나 성당 및 정원 투어, 기념주화, 우표, 각종 기념품 판매 등을 통해 다양한 수입을 확보한다. 특히 바티칸에서 발행하는 기념주화와 우표는 희소성으로 인해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높아 큰 수익원이 되고 있다. 출판물 판매 및 인세 수입 또한 재정에 기여하는 요소다.

그러나 바티칸 당국은 이러한 상업 활동을 통한 수입 및 지출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한적인 재정 보고는 외부의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교황청의 예산은 전 세계 교회 운영, 외교 활동, 자선사업 등을 포괄하며, 신자들의 헌금(성베드로 성금)과 투자 수익 또한 중요한 재원이다. 2023년 교황청은 약 5,237만 유로의 성금을 모금하고 부동산 및 금융투자로 4,590만 유로의 수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1억 유로 이상의 지출로 인해 연간 8,300만 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교회가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도 재정난을 겪는 이유로 방만한 운영과 내부 관리 부실을 지적한다. 성직자 연금, 인건비, 전 세계 교회 지원금 등 고정비가 막대한 상황에서, 교황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광 및 종교 상품 판매 등 상업 활동을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바티칸에 약 4,800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박물관 부문에만 1,000여 명이 상시 운영되는 등 거대한 조직을 유지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며, 교회가 세속적 수익 사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스스로 인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교회가 영리를 추구한다", "막대한 자산을 활용하지 않고 신자에게만 의존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바티칸이 보유한 예술품이나 부동산을 처분하여 빈곤층을 돕는 데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종교 상품의 브랜드화와 판매 전략

가톨릭 교회는 오랜 역사 속에서 종교 상품과 교황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수익화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묵주, 메달, 성상 등 성물은 신앙의 상징임과 동시에 교회가 공식 브랜드 상품처럼 포지셔닝하며 판매하고 있다.

바티칸은 성 베드로 대성당과 박물관 등지에 직영 기념품점을 운영하며 교황 친필 축복 카드, 성인상, 로자리오 등을 판매한다. 이 제품들은 '교황의 축복을 받은 정품' 이미지를 활용하여 일반 상점보다 고가임에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에도 교황 이미지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이처럼 교황과 성인의 이미지는 거대한 종교 브랜드로서 수익 창출에 활용되고 있다.

교회는 이와 관련하여 상표권 보호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다. 교황 및 바티칸 명칭, 문장, 이미지의 상업적 무단 사용을 막기 위해 법적 소송도 진행하며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다.

 

■ 신자 대상 행사 및 성지순례의 유료화 논란

 

세계청년대회와 같은 대규모 국제 종교 행사는 가톨릭 교회의 대표적인 신앙 행사이지만, 운영 방식에서 상업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는 약 1억 9천만 달러에 달하는 공공 예산이 투입되었고, 교황 미사용 야외 제대 설치에만 500만 유로가 소요되어 현지 여론의 반발을 샀다.

행사 참가 또한 무료가 아니다. 2016년 폴란드 대회의 경우 전체 예산의 81%를 청년 참가자 등록비로 충당했다. 주최 측은 이를 '자기 몫을 감당하는 신앙 행위'라고 설명했으나, 사실상 경제적 여건에 따라 참여가 제한될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기업 협찬과 정부 후원이 얽히며 행사가 상업 이벤트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개최 도시는 순례객 유치를 통한 경제 효과를 기대하며 행사를 유치하기도 한다.

성지순례 역시 상업화되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바티칸은 순례여행 조직을 통해 항공사와 제휴하여 순례를 여행 상품처럼 운영해왔다. 프랑스 루르드와 같은 유명 성지는 호텔과 기념품점이 즐비한 상업지구로 변질되어 '하느님의 디즈니랜드'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한다. 병입 성수 판매나 교황 행사 입장권의 암거래 시장 유통 등, 신앙 행사마저 금전적 가치가 매겨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사가 돈과 결부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으나, 현실은 여전히 이상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가톨릭 교회는 신앙 공동체로서의 역할과 동시에 막대한 자산과 브랜드를 운영하는 거대 조직의 현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현실적인 운영을 위한 수익 활동의 필요성이 인정되면서도, 신성한 신앙의 요소들이 지나치게 상품화되는 모습은 신자 및 비신자 모두에게 우려를 자아낸다. 교회가 수익을 창출하더라도 그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그 목적이 분명히 공익과 사랑 실천에 기여하며, 상업적 행위가 신앙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자기반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123RF   바티칸에서 기념품 마구간 https://kr.123rf.com/photo_81904592_%EB%B0%94%ED%8B%B0%EC%B9%B8%EC%97%90%EC%84%9C-%EA%B8%B0%EB%85%90%ED%92%88-%EB%A7%88%EA%B5%AC%EA%B0%84-%EB%A1%9C%EB%A7%8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