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매체들이 미화 시키는 레오 14세의 이야기
지난 5월 8일,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며 레오 14세 교황이 탄생했다. 이는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으로, 전 세계 언론과 가톨릭 매체들이 그의 취임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레오 14세 교황은 근대 이후 첫 아우구스티노회 출신 교황이며, 교황 프란치스코에 이어 두 번째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력은 언론이 교황의 의미를 프레임화하는 데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본 포스팅에서는 바티칸 뉴스, 가톨릭 뉴스 통신(CNA),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NCR) 등 주요 가톨릭 매체들의 보도를 바탕으로 레오 14세 교황의 이미지를 어떻게 구축해왔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겠다.
언론이 사용한 프레임과 반복적인 수사, 기사 내용상의 특징을 정리하고, 이러한 보도가 실제 교회 개혁 과제나 구조적 문제들과는 어떤 괴리를 보이는지 평가하겠다. 헬스장 트레이너 일화와 같은 일상적 인간미를 강조하는 서사가 지닌 전략성도 함께 짚어보겠다. 새 교황을 맞이한 가톨릭 언론들은 대체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톤으로 그의 이미지를 형성했다. 몇 가지 두드러진 프레임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역사적인 첫 미국인 교황” 프레임이 있다. 레오 14세가 미국 시카고 태생의 첫 교황이라는 점은 가장 많이 강조된 특징 중 하나다. 가톨릭 뉴스 통신(CNA) 등 여러 매체는 그가 가톨릭 사상 최초의 미국인 교황임을 부각하며 역사적 의미를 조명했다. 미국 주류 언론들도 “첫 미국 출신 교황”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이 소식을 전했고, 교황의 국적과 문화적 배경에 주목했다. 동시에 페루 등 교황과 인연이 있는 다른 국가들의 언론은 그를 “우리 출신 교황”으로 묘사하며 자국과의 연결성을 부각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페루의 한 신문은 “레오 14세, 치클라요의 아들(Habemus Papa peruano)”이라는 제목으로 그가 페루 시민권자이자 Chiclayo 교구장 출신임을 내세웠다. 이처럼 각 지역 매체들은 레오 14세를 자국 교회와 세계 교회의 가교로 포지셔닝하며 환영했다. 이는 새 교황의 등장을 교회의 세계화와 다양성의 관점에서 서사화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소탈한 인간미와 겸손한 목자” 프레임이 있다. 레오 14세 교황의 소박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이야기도 반복해서 등장했다. 그의 일상적 모습과 겸손한 성품을 보여주는 일화들은 언론이 교황을 친근하게 이미지화하는 데 크게 활용되었다. 이탈리아 헬스장의 트레이너 발레리오 마셀라와 교황 레오 14세의 일화는 그의 겸손하고 인간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교황이 추기경 시절 일반 회원 “로버트”로서 조용히 운동을 다닌 일화는 특히 화제가 되었다. 트레이너는 그를 회상하며 “항상 친절했고, 화를 내거나 짜증 내는 법이 없었으며, 정말 차분하고 균형 잡힌 분”이었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일화는 언론을 통해 널리 퍼지며 교황의 겸손한 성품과 자기관리 이미지에 크게 기여했다.
세 번째로, “개혁 계승자이자 소통하는 리더” 프레임이 있다. 레오 14세 교황에 대한 또 다른 주요 프레임은 전임 교황 프란치스코의 개혁 노선을 계승하는 소통형 리더라는 이미지다. 바티칸 뉴스는 새 교황의 첫 행보를 전하면서, 그가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등장해 이탈리아어로 “모두에게 평화가 함께하기를!”이라고 인사한 장면을 부각했다. 이는 평화와 겸손을 중시한 전임자의 정신을 잇겠다는 신호로 해석되었다. 레오 14세 교황은 취임 후 내놓은 메시지와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여러 차례 인용하며 자신의 개혁 방향이 프란치스코가 추진했던 현대화와 포용의 연장선임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프레임들은 레오 14세 교황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와 교회가 직면한 현실 과제들 사이에는 어떤 간극이 있을까? 가톨릭 언론들이 보여준 레오 14세 교황상의 대부분은 인물 개인의 매력과 리더십 비전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교황에게 주어진 책무는 단순히 훌륭한 인간성과 포부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재 가톨릭교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과 개혁 과제들은 언론 서사에서 상대적으로 주변에 머물고 있다.
성직자 성범죄와 교회 투명성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엄중한 문제다.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기간에 교회 내 학대 은폐가 폭로되고 일부 개선 조치가 있었지만, 피해자 그룹들은 여전히 미진한 대응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황청과 세계 주교단이 과거 학대 사례에 어떻게 책임지고 재발을 막을 것인지는 레오 14세 교황이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초기 언론 보도에서 이러한 성학대 문제는 교황의 인간미 서사에 밀려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
교회 내 개혁의 지속성과 한계도 문제다. 레오 14세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노선을 계승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교회 구조 개혁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프란치스코 시대에 시작된 교황청 개혁은 아직 완료되지 않은 과제들이 남아 있고, 바티칸 금융 투명성 문제나 부패 스캔들도 진행형이다. 세계적 교회 차원에서 시노드 후속 과정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는 보수-진보 진영 간 이견과 긴장을 내포하고 있다.
여성의 역할과 젠더 이슈도 간과할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신도 여성들을 일부 고위직에 임명하고 부처 회의에서 여성 참여를 늘리는 등 제한적이나마 여성의 교회 참여를 확대했다. 그러나 여성들의 요구는 더 크다. 여성 서품 문제, 의사결정 권한 부여, 교회 내 성평등 등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새 교황 취임 직후 여성사제서품을 촉구하는 단체가 성 베드로 광장 인근에서 분홍색 연기를 피우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시위를 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교황청 외교와 세계 정세도 중요한 이슈다. 레오 14세 교황은 취임 직후부터 우크라이나 등 세계 평화 문제에 목소리를 냈고, 외교무대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이는 한편으로 프란치스코 시대에 겪은 외교적 한계와 맞닿아 있다. 레오 14세 교황 앞에는 전임자가 남긴 외교 현안들이 산적해 있지만, 언론 보도에서는 이러한 구체적 외교 과제보다 새 교황의 평화 의지와 연설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결론적으로, 언론이 그린 레오 14세 교황의 초상은 매우 호의적이고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현실의 복잡한 문제들을 흐릿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가톨릭 언론들은 새 교황의 인간적 면모와 비전을 조명하면서 독자들의 기대감을 높였지만, 정작 교회 내부의 구조적 난제들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다루지 않거나 잠시 언급하는 데 그친 경우가 많다. 이러한 괴리는 “언론 프레임 속 교황”과 “현실 세계의 교황”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라고 할 수 있다.
“교황님이 우리 회원이었다니 기쁨이 두 배, 세 배였다”는 마셀라 트레이너의 말처럼, 교황의 인간적 매력에 열광했던 대중이 정작 개혁이 지지부진할 경우 느낄 좌절감은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언론은 시간이 지나면서 교황의 이미지 구축과 더불어, 그가 직면한 어려움과 한계도 투명하게 보도하여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레오 14세 교황의 진짜 이미지는 과학과 세상의 진실을 통해 누구나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