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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 가톨릭, 젠더와 과학 외면에 자멸 부른다

꼬미미팍 2025. 5. 8. 17:25

시대착오적 가톨릭, 젠더와 과학 외면에 자멸 부른다

 

로마 가톨릭 교회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정작 현대 문명이 쌓아 올린 가장 기본적인 가치들, 즉 젠더 평등과 과학적 합리성 앞에서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며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가장 첨예한 문제 중 하나는 여성 성직자 불허라는 완고한 교리다. 수많은 가톨릭 신자와 신학자들이 외쳐대도 바티칸은 꿈쩍도 않는다. 교황 프란치스코마저 여성 사제 불가 방침은 '영원히 유효하다'고 못 박았다니, 대체 이게 21세기의 종교 지도자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싶다. 예수가 남성 사도만 택했다는 핑계를 대지만,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여성 성직자를 받아들인 개신교 등 다른 교파들의 현실을 보면 시대착오적 변명일 뿐이다. 교회 활동의 중추를 담당하는 여성 신자들을 의사결정권과 성직에서 철저히 배제하는 것은 노골적인 성차별이다. '더 중요하지만 불평등한 지위'라는 기만적인 표현 뒤에 숨은 구시대적 성역할 논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인류 절반을 배제하는 구조로는 현대 사회의 지지와 존중을 받을 수 없다.

 

과학에 대한 교회의 태도는 더욱 기가 막힐 노릇이다. 갈릴레오를 탄압했던 반지성주의의 역사는 차치하더라도, 진화론을 '가설 이상'으로 인정하기까지 수세기가 걸렸다는 사실은 교회의 경직성을 웅변한다. 과학계의 정설이 된 후에야 마지못해 인정하는 뒷북 행태는 조롱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의학적 사실보다 교리를 앞세우는 태도는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합리적 이성과 과학적 증거를 중시하는 현대인, 특히 젊은 세대에게 가톨릭 교회는 과학적 진실을 외면하는 반지성적 집단으로 비춰질 뿐이다.

 

여성 문제, 과학 문제 등 현대 사회의 거의 모든 핵심 가치 앞에서 가톨릭 교회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과거처럼 권위로 교리를 강요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러한 모순과 완고함은 교회의 도덕적 정당성을 갉아먹고 신자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유럽과 북미에서 가톨릭 신자 수가 급감하고, 남은 신자들도 교회의 가르침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현실은 교회가 자초한 결과다.

 

물론 바티칸은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며 버틸 것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조직은 도태될 뿐이다. 가톨릭 교회가 자신의 모순과 과오를 직시하고 쇄신하지 않는다면, 역사 속으로 퇴장하길 바라는 이들의 바람대로 서서히 잊혀갈 뿐이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격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선택은 결국 스스로 종말을 향해 가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